가죽공방 헤비츠(HEVITZ)









    아버지의 가방 속에는
  • 아버지의 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아버지의 가방. 그의 낡은 가죽 가방 속에는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커다란 수첩이 고이 담겨 있었다. 몰래 펼쳐본 수첩에는 아버지의 추억이 가득했다. 오래전 나와 함께 봤던 영화 티켓들과 엄마와 연애시절 찍은 빛바랜 필름 사진들, 그리고 초등학생 무렵 용돈을 모아 선물했던 만년필까지. 세상에, 이 펜을 아직도 쓰고 계실 줄이야. 수첩 맨 뒤 투명 포켓에는 작년에 찍은 가족사진이 정갈하게 꽂혀 있었다. 기록하듯 차곡차곡 쌓아두었을 그의 수첩 속 이야기들. 작은 물건 하나도 낡아서 헤질 때까지 쓰는 고집 센 우리 아빠. 그저 아껴 쓰는 줄만 알았던 그 물건들은, 아빠의 취향과 사랑이 담긴 아이템이었다.








  •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의 생경함, 그 생경함이 아버지라는 한 남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아버지이기 전에 ‘한 남자’인 그의 매력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연말연시엔 으레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허울좋은 핑계도 있으니까.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1월, 헤비츠는 아버지의 가방 속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